
무인점포 여러 개를 돌리며 매장마다 소상공인 지원금을 따로 신청하거나, 억대 연봉을 받는 직장인이 부업으로 온라인 쇼핑몰을 열어 정부 지원 대상에 이름을 올리는 식의 빈틈이 조만간 메워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그동안 ‘사업자 등록’과 ‘단순 매출액’ 기준에만 의존해 온 소상공인 판정 체계를 소득과 실제 경영 비용까지 반영하는 방식으로 대대적으로 손질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2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소상공인 관련 분산 데이터를 통합·활용하기 위한 ‘소상공인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현행 소상공인 지원 제도는 사업자 단위의 매출액과 상시근로자 수를 주요 기준으로 삼아 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점포를 여럿 가진 다중사업자가 매장별로 중복 혜택을 누리거나, 본업에서 높은 소득을 올리는 부업 사업자가 정작 지원이 절실한 영세 상인의 자리를 차지한다는 지적이 현장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겉으로 보이는 매출 규모는 커도 인건비나 임대료, 원가 부담 탓에 사실상 적자 상태인 상인들을 가려내지 못한다는 실효성 문제도 발목을 잡았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관계기관 간 데이터장벽을 허무는 데 있다. 법 개정에 따라 중기부는 국세청과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에 소상공인 시책 수립과 지원사업 추진에 필요한 과세·고용 자료를 정식 요청할 수 있게 된다.
확보 대상 데이터도 대폭 넓어진다. 기존에 제공받던 단순 매출액 수준을 넘어, 국세청이 보유한 사업소득과 근로소득, 매출원가, 판매비와 관리비(판관비) 등 소득·비용 세부 항목이 연계 대상에 포함된다.
수집된 과세 정보의 안전한 관리를 위한 법적 장치도 마련했다. 확보한 자료는 소상공인 연구와 지원 업무를 전담하는 중기부 산하기관에 위탁해 처리할 수 있도록 하되, 민감한 과세 정보를 다루는 점을 고려해 위탁기관 임직원에게는 형법상 공무원 의제 규정을 적용한다. 정보 유출이나 목적 외 활용 시 공무원에 준하는 처벌을 받도록 법적 책임을 명확히 한 셈이다.
정부는 데이터 연계가 본격화되면 다중사업자나 고소득 부업자를 정밀하게 가려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맹목적인 사업자 수 기반 지원에서 벗어나, 실제 소득 수준이 낮아 생계형에 가까운 영세 자영업자를 선별해 지원금을 촘촘하게 배분하겠다는 계산이다.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다시 일어서는 소상공인, 활기 도는 골목상권’ 정책 역시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번 법 개정은 정부가 소상공인 데이터의 파편화 문제를 인식하고 현장 밀착형 정책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로 평가받는다. 다만 각 부처에 흩어진 데이터 시스템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연계하고 현장에서 빠르게 적용할 수 있을지가 정책 실효성을 가를 실제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